박남옥과 성북, 영화로 이어진 시선들 ‘2025 성북 신문인사 프로젝트: 박남옥’ 전시 개최

- 성북문화재단, 오는 10월 13일부터 26일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미술전시관에서 ‘2025 성북 신문인사 프로젝트: 박남옥’ 전시 ‘무관한 당신들에게(Dear you, unrelated)’ 개최
- 영화·시각예술·아카이브가 어우러진 복합 프로젝트…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등 협력
- 박남옥 감독의 유일한 영화 ‘미망인’을 동시대 예술언어로 재해석, 유실된 결말의 공백을 상상적 복원 작품으로 선보여

성북문화재단(대표이사 서노원)은 10월 13일(월)부터 26일(일)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미술전시관에서 ‘2025 성북 신문인사 프로젝트: 박남옥’ 전시 ‘무관한 당신들에게(Dear you, unrelated)’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성북구 2030문화비전 사업 중 성북의 근현대 문화예술인을 아카이빙하고, 동시대 예술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성북 신문인사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올해는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1923~2017)과 성북 영화인의 발자취를 지금의 시선에서 새롭게 조명하며, 동시대 예술의 감각으로 되살려낸다.

성북 신문인사 프로젝트는 2024년부터 시작된 2개년 연속 사업으로, 지난해 소설가 이태준을 다룬 데 이어 올해는 영화인 박남옥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올해는 박남옥의 삶과 작품을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해 개원 30주년을 맞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및 전문가와의 협력을 통해 전시·상영·포럼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심도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전시 ‘무관한 당신들에게(Dear you, unrelated)’는 문주화 영화평론가가 기획을 맡았으며, 박남옥 감독의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감독의 유일한 영화 ‘미망인’(1955)을 중심에 둔 작품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기수로 주목받는 김태양, 손구용, 이미랑, 이종수 감독이 작가로 참여하며, 신작 세 점을 비롯해 기존작을 재편집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들은 각기 다른 영화적 언어로 결말과 서사를 상상적으로 복원하거나 변주하며, ‘미망인’의 장면을 소환해 현재의 관객 앞에 제시한다. 또한 동시대 미술에서 여성 서사를 지속적으로 선보여온 방정아와 주황 작가는 각각 회화와 사진을 통해 여성적 주체성과 연대의식을 환기시키는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태양 감독은 2024년 개봉된 장편 ‘미망’의 장면을 다시 펼쳐 보인다. 서울극장의 마지막 장면 속 스크린에는 ‘미망인’이 상영되고 있다. 그는 이 중첩된 이미지를 통해 1950년대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기존 영화를 흑백으로 새롭게 편집해 전시의 내러티브를 여는 역할을 한다.

방정아 작가는 여성의 삶을 기록해온 회화 작업으로 전시에 무게를 더한다. 세대를 관통하는 여성적 시선은 영화가 포착하지 못한 이야기를 회화적 언어로 드러내며 연대의 감각을 환기시킨다.

손구용 감독은 실험적 영화언어로 영화 제작에 대한 과정을 상징적으로 구현한다. 박남옥 감독은 김신재 배우를 연모해 영화계에 입문했고 평생 동료로 인연을 맺었으나 ‘미망인’의 주연은 이민자 배우가 맡았다. 감독은 영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선택의 여정을 초상영화의 형식으로 재현한다.

이미랑, 이종수 두 감독은 유실된 뒷부분을 상상적으로 복원한다. 이미랑 감독은 신과 택의 대립을 중심으로 ‘미망인’의 결말을 새롭게 구성한다. 택을 향한 복수를 한 뒤 딸과 함께 새 삶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알려진 원작의 결말과 달리 신작 ‘미망인: 다시, 맺음’에서는 자신의 삶을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하는 주인공 이신자를 그린다. 주인공 이신자 역은 ‘딸에 대하여’의 주연 배우 하윤경이 맡았고, 배우 하성국도 원작에 없는 새로운 역할로 출연한다. 감독은 이를 통해 단편 작업부터 선보여온 섬세하고 단단한 여성적 시선을 이어간다.

이종수 감독은 기존 서사에 없던 장면을 새롭게 구상한다. 감독은 신작 ‘이신자(異晨者)’에서 택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신자의 고민과 결정을 허구적으로 재구성해 영화의 기존 결말을 변주한다. 비관습적인 연출과 낯선 몽타주로 유실된 장면의 공백을 또 다른 상상으로 채운다.

주황 작가는 사진 작업을 통해 여성적 주체성과 서사를 확장한다. 그의 작업은 영화 속에서 비껴난 여성들의 목소리를 오늘의 관객 앞에 가시화하며, 시각예술로 전시의 층위를 넓힌다.

1950년대 한 편의 영화를 위해 모였던 ‘무관한 사람들’처럼 70년의 간극을 뛰어넘는 이번 전시 ‘무관한 당신들에게’는 1950년대 영화를 매개로 동시대 예술을 통해 그 의미를 성찰하고 새로운 연대와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10월 30일(목)에는 한예종 영상원과 연계해 성북문화포럼 ‘박남옥과 성북, 이어진 시선들’을 개최하며, 배주연 영화연구자가 기획을 맡는다. 이 포럼은 한국 최초 여성 감독 박남옥의 삶과 유일한 작품 ‘미망인’을 중심으로 그가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던 돈암동을 비롯한 당시 성북구 예술인촌의 영화사적 의미를 되짚어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포럼에서는 영화라는 꿈을 품고 성북에서 창작의 여정을 시작한 상징적인 인물 박남옥의 삶을 중심으로 성북이라는 지역이 한국 영화사에서 지닌 의미를 되짚고, 그 영화적 유산이 오늘날 동시대 창작자들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다각적으로 조망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한국영상자료원의 협력으로 영화 ‘미망인’ 영상 및 사진 자료를 대여받아 전시와 상영회에 활용한다. 아울러 기획 상영회에서는 박남옥 감독의 유일한 작품 ‘미망인’을 상영해 잊힌 한국 영화사의 한 장면을 오늘의 관객에게 다시 선보인다.

성북문화재단은 70년의 간극을 넘어 선보이는 전시 ‘무관한 당신들에게’는 1950년대 영화를 매개로 동시대 예술의 의미를 다시 성찰하고 새로운 공동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가 성북이 한국 영화 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되짚고,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창작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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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