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 개최… 19세기 낭만과 20세기 혁명이 빚어낸 두 시대의 언어

- 슈만의 서정, 쇼스타코비치의 기록적 서사
- 엘리소 비르살라제, 러시아 피아니즘의 대모가 들려주는 슈만
- 아지즈 쇼하키모프가 완성하는 치밀한 극적 에너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오는 12월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260회 정기연주회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음악이 개인과 사회의 목소리를 어떻게 다른 언어로 풀어내는지에 주목한 프로그램으로, 내면의 감정에서 시대의 기억으로 확장되는 음악적 표현을 한 무대에서 조명한다.

첫 무대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이 장식한다. 이 작품은 1841년 아내 클라라를 위해 작곡한 단악장 스케치에서 출발해 이후 협주곡으로 확장된 작품이다. 작곡 과정에서 클라라는 의견을 주고받는 중요한 음악적 동료였고, 1845년 초연도 직접 맡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 협주곡은 화려한 기교보다 서정적 흐름과 대화적 구조가 돋보이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의 선율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슈만의 내면적 정서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번 공연에는 러시안 피아니즘의 거장 엘리소 비르살라제가 협연한다. 국내 오케스트라와의 첫 협업인 만큼 오랜 연륜에서 비롯된 섬세하고 깊이 있는 해석이 슈만 특유의 서정적 선율을 한층 선명하게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미를 장식하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1번 ‘1905년’은 러시아 혁명기의 ‘피의 일요일’ 사건을 바탕으로, 당시 민중이 부르던 혁명가요를 인용해 비극적 순간을 음악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정적 긴장과 폭발적 음향이 교차하며 사건의 분위기를 회화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작품을 통해 억압과 저항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휘는 13세에 우즈베키스탄 국립교향악단과 데뷔하며 일찍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아지즈 쇼하키모프가 맡는다. 이후 그는 말러 지휘콩쿠르 2위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입지를 확고히 했다. 섬세한 음향 감각과 균형 잡힌 해석을 바탕으로 이 작품의 구조적 대비와 긴장감을 명확하게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슈만과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을 통해 개인의 감정에서 시대의 기억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음악적 목소리를 조명하고자 했다며,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두 작품이 오늘의 관객에게 어떤 울림과 사유의 폭을 넓힐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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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