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믿은 ‘죄’
출판사 바른북스가 신간 소설 ‘시궁창 찬가’를 출간했다.
책 ‘시궁창 찬가’는 로이스터 대학교 아래에 깊게 팬 협곡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하쿠피루’를 위시한 주인공 일행이 작중 ‘이방인’이라 일컬어지는 정체불명의 존재들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 담긴 소설이다. 저자는 작중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믿는 태도를 ‘오만’이라 규정하고 있으며, 또 그러한 오만의 모태가 되는 ‘믿음’이란 것은 몹시도 불완전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으며, 끝으로 그를 통해 겸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책의 목차 구성은 △우문 △그 소음 △그 악취 △그 한기 △그 광경 △불문 △반문으로 구성돼 있다. 목차의 구성이 이러한 이유는 소설을 읽어보면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그 불완전한 ‘믿음’이라는 것은 결국 ‘본 것’, ‘맡은 것’, ‘느낀 것’, ‘들은 것’ 등 오감과 경험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믿음으로써 형성된 ‘믿음’이 ‘오만’을 낳고, 그 오만이 정도를 넘어서면 ‘죄’가 된다는 것이 해당 소설의 골자이기에 목차의 구성이 이러한 것으로 추측된다.
얼핏 읽었을 때는 그저 가볍게 읽어보기 좋은 액션 소설의 색채만을 띠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중후반부에서 철학적인 시사점을 내포한 반전이 나오는 곱씹어볼 거리가 많은 소설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모두가 무언가를 그저 부당하게 잃어가기만 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무언가를 거저 얻으면서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수천 년의 지식 위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자 ‘진화의 완전체’가 아닌 ‘종속과목강문계’의 철저한 분류 속에서 그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인 우리들 중 해당 담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 소설은 어쩌면 하쿠피루를 위시한 주인공 일행을 빌려 써낸 우리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저자 김학필의 다른 책으로는 ‘그리운 귀하에게’, ‘다시는 치즈를 못 먹어도 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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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