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레퍼토리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은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9월 5일(목)부터 9월 15일(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창극의 역사를 새롭게 장식한 대표 흥행작으로, 초연 10주년을 맞아 완성도를 높여 다시 관객을 찾는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여러 면에서 창극의 역사를 새롭게 쓴 작품이다. 2014년 초연 시, 창극 사상 최초로 ‘18금’을 표방했고 대부분 일주일 남짓했던 공연 기간을 26일로 늘려 화제를 모았다. 같은 해 ‘차범석희곡상’ 뮤지컬 극본 부문을 수상한 것은 물론, 2016년에는 유럽 현대 공연의 중심이라 평가받는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에 창극 최초로 공식 초청되어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았다. ‘격조 높은 18금 창극’ ‘유쾌한 성(性) 이야기’ ‘흥미로운 이야기와 흥겨운 판소리의 찰떡궁합’ 등 국내외 언론과 관객의 호평에 힘입어, 초연 이래 국내외 16개 도시에서 8년 연속 공연을 펼치며 누적 횟수 100회를 돌파하고 누적 관객 4만 7천여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명실상부한 ‘창극계 스테디셀러’ ‘국민 창극’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유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지금은 더 이상 불리지 않는, 잃어버린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타령’을 재창작한 작품이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색골남 변강쇠에만 맞춰졌던 시선에 ‘점’을 찍고, 옹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창극 속 옹녀는 팔자 드센 여자라는 운명의 굴레를 물리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누구보다 당차게 살아가는 여인이다. 옹녀가 가진 적극성․생활력․생명력은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상을 제시하고,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전국 방방곡곡의 장승, 옹녀 부부가 도방살이를 하며 만나는 민초들은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전한다. 또한, 남녀의 성기를 묘사하는 ‘기물가(己物歌)’ 등 원전의 해학을 살리면서 속도감 있는 구성과 재기발랄한 말맛을 더해 관객의 웃음보를 쥐락펴락한다.

톡톡 튀는 고선웅의 극본과 연출은 흥겨운 음악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작창·작곡·음악감독을 맡은 한승석은 원전의 소리를 살리면서도, 민요·정가·비나리 등 한국인의 흥을 자극하는 다양한 음악을 극과 딱 맞아떨어지게 구성해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존 국악기 편성에 생황·철현금·대아쟁·소금 등의 새로운 악기를 추가하고 연주자 규모를 확장해 더욱 풍성해지고 화려해진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다.

초연부터 꾸준히 합을 맞춰온 ‘옹녀’ 역의 이소연과 ‘변강쇠’ 역의 최호성이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는 가운데, 김우정과 유태평양이 새로운 커플로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 장승 역에도 캐스팅 변화를 꾀한다. 창극 <귀토>의 호랑이 역 등으로 활약해 온 중견 배우 우지용이 장승의 대소사를 주관하는 대방장승 역을 새로 맡아 감칠맛을 더하고, 국립창극단원들은 초연부터 쌓아온 농익은 연기와 차진 소리를 바탕으로 한층 밀도감 있는 무대를 만들어낸다. ‘각설이타령’의 일인자로 불리는 90세의 윤충일 명창은 올해도 어김없이 무대에 올라 신구 조화를 이룬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는 장승 캐릭터 의상을 새롭게 바꿔 한층 업그레이드된 유쾌함을 제공한다.

국립창극단에서 초연 10주년을 기념해 재공연하는 작품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최초다. 10년 그 이상의 장기 레퍼토리로 굳히기 위해 전 제작진과 출연진이 초심으로 돌아가 의기투합 중이다. 더 오랜 시간 사랑받는 작품으로 한국 공연의 새 역사를 써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주년을 기념해 관객과 함께하는 특별 행사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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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