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기구설립 실패·신청자격 미달 상영관 지원 등
방만사업 운영체계 전면 정비…“강도높은 구조조정·혁신”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발전기금 예산을 부실하고 방만하게 운영한 사실을 파악하고 사업 체계를 전면 정비키로 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영화계 간판 단체인 영진위가 국민의 피와 땀이 들어간 혈세를 어처구니없게 낭비하고, 공모 심사에 있어 특혜 시비와 불공정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대표적인 예산 누수 사례로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운영 사업’을 꼽았다.
영진위는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을 목표로 2019년부터 5년간 예산 69억 원을 편성해 사업을 진행했지만 아세안 국가들과의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기구 설립이 사실상 결렬됐다.
그럼에도 올해 교류행사 명목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상대국 호응이 없는 사업을 5년간 끌고 오면서 24억 원이 넘는 예산을 낭비했다고 문체부는 지적했다.
역할이 축소된 중국사무소 인력을 뒤늦게 감축한 점도 방만 경영 사례로 지적했다.
영진위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코로나19로 한국영화 개봉과 유통이 이뤄지지 않아 중국사무소 역할이 축소됐음에도 지난해까지 인원을 4명으로 유지하다가 올해 2명으로 줄였다.
또한 블랙리스트 후속 조치를 위한 특별위원회도 대부분 사업이 종료되고 올해는 연구용역 예산 1억 원만 책정됐지만 운영 연장을 결정해 인력과 예산이 계속 투입됐다.
아울러 지난해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에선 신청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 상영관에 예산을 지원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영진위에 채무가 있는 상영관은 신청 자격이 없는데도 신청을 받아준 뒤 최종 선정해 1억 1400만 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나오자 후속 조치로 자격 요건을 완화해 ‘사업 신청 시까지 영진위에 채무가 없을 것’을 ‘사업 심사 개시 전까지 영진위에 채무가 없을 것’으로 변경했다.
공모사업 심사의 전문성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에 따르면 영진위는 공모 심사를 위해 1000여 명 규모의 심사위원풀을 운영하고 있으나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다른 기관과 비교할 때 후보자 자격 기준이 지나치게 낮았다. 또한 심사위원 후보자군을 검증하는 외부평가 절차 없이 사무국에서 자격 기준 부합 여부만 형식적으로 검토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문체부는 영진위가 수년간 낮은 집행률을 보인 사업에 대한 개선 노력도 없었다고 봤다.
영화제작지원 사업은 매년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편성되지만 최근 3년간 실집행률은 30~40%대에 불과했다.
또 애니메이션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 등은 영진위와 콘텐츠진흥원이 중복 지원하고 있어 유사·중복사업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장관은 “영화계 간판 단체인 영진위가 혈세를 낭비하고, 공모 심사에 있어 특혜 시비와 불공정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국민적 호응을 얻기 위해서도 영진위의 허리띠 졸라매기, 심기일전의 자세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코로나19 후유증, OTT 약진에 따른 영상콘텐츠산업 환경 변화로 한국영화산업이 위기에 놓인 만큼 영진위에 이를 돌파하기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혁신을 주문했다.
또한 영진위 사업에 대한 지출 효율화 및 제도 개선 작업을 통해 영화계 재도약 지원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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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