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지역가입자 재산·자동차 보험료 축소
직장가입자 중 월급 외 소득 2000만원 넘으면 추가 보험료 내야
부담능력 있는 피부양자는 지역가입
부담능력 있는 피부양자와 보수 외 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 등 86만 세대 112만 명의 건강보험료는 일부 상승할 전망이다.
또 지역가입자 최저보험료는 직장가입자와 같은 수준으로 일원화하고, 부담능력 있는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며 4년간 보험료 일부를 한시 경감한다.
보건복지부는 29일 건강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제고 등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방안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 개정안을 30일부터 7월 27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으로 소득·재산이 적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고, 보수(월급) 외 소득이 많은 직장인과 부담능력 있는 피부양자의 보험료는 일부 인상된다.
아울러 보험료 중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재산·자동차에 대한 보험료 부담이 줄어 많은 국민들이 실제 부담능력에 부합하는 적정 수준의 보험료를 납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건강보험료 기준 개편에 따라 지역가입자의 보험료가 크게 낮아져 연간 2조 4000억 원의 건강보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는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과 자동차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해 직장·지역 가입자 간 상이한 부과방식이 문제가 되어왔다.
또 일부 피부양자의 경우에는 소득·재산 등 부담능력이 있음에도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크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이에 정부는 2017년 3월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고 2018년 7월 1일 평가소득 폐지 등 1단계 부과체계 개편안을 시행했다. 이어 오는 9월 1일에는 2단계 개편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2단계 개편에서는 지역가입자의 재산·자동차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는 추가로 줄이면서 소득 정률제가 도입돼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낮아진다.
아울러 부담능력이 있는 피부양자 등은 적정한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하되, 물가 인상과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부담이 일시에 증가하지 않도록 경감방안을 함께 추진한다.
재산·자동차 보험료 축소, 소득정률제 도입으로 지역가입자 중 65%의 보험료가 월 평균 3만 6000원 낮아져 지역가입자 전체적으로 연간 2조 4000억 가량 보험료 부담이 줄어든다.
또 주택·토지 보유 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본 재산공제액을 현행 500만~1350만 원에서 일괄 과표 5000만 원(시가 1억2000만 원 상당)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현재 재산보험료를 내고 있는 지역가입자 중 37.1%는 재산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게 되면서 전체 지역가입자 중 재산보험료를 납부하는 세대의 비율은 60.8%에서 38.3%로 감소한다.
전체 지역가입자의 평균 재산보험료도 세대당 평균 월 5만 1000원에서 월 3만 8000원으로 인하된다. 전체적으로 연간 1조 2800억 원의 재산보험료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이번 개편과는 별도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에 따라 지역가입자 중 실거주 목적의 주택부채가 있는 세대는 주택 부채액을 추가로 공제받아 재산보험료 부담은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한편, 현재는 1600cc 이상 차량과 1600cc 미만이지만 가액이 4000만 원 이상 차량 등에 대해 자동차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
하지만 9월부터는 차량가액이 4000만 원 미만인 자동차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렇게되면 자동차 보험료 부과대상은 현재 179만 대에서 9월부터 12만 대로 감소한다.
이와 함께 현재 지역가입자 소득을 97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점수를 매겨 점수당 금액을 곱해 산정하는 소득보험료 산정방식을 ‘소득 ×보험료율’ 방식으로 개선한다.
등급별 점수제는 산정방식이 복잡하고, 저소득자에게 오히려 소득 대비 많은 보험료를 산정하는 역진성 문제가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9월부터 직장가입자와 동일하게 소득의 일정비율로 보험료를 부과하면 지역가입자 중 종합소득이 연간 3860만 원으로 현재 38등급 이하인 세대는 소득에 대한 보험료가 낮아지게 된다.
또 공적연금소득과 일시적 근로에 따른 근로소득은 해당 소득의 30%에만 보험료를 부과했던 것을 50%로 조정해 소득 전체에 대해 부과하는 다른 소득과의 형평성을 맞춘다.
다만 연금소득이 연 4100만 원 이하인 대다수 연금소득자는 연금소득 관련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는다. 이는 앞서 설명한 소득정률제 도입으로 인한 보험료 인하 효과가 연금소득 평가율 인상에 따른 보험료 상승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 다르게 부과했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최저보험료를 9월부터 최저보험료 1만 9500원으로 일원화해 가입자 간 형평성을 높인다.
이는 사회보험의 취지, 직장-지역가입자 간의 형평성, 제도의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결정한 사항으로 적정 급여에 대한 적정 보험료라는 사회보험 가입자의 최소한의 부담을 규정한 것이다.
다만 최저보험료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으므로 이번에 보험료가 인상되는 약 242만 세대에는 2년 동안 기존 수준의 보험료만 내도록 인상액 전액을 감면하고, 그 후 2년 동안은 인상액의 절반만 부담하도록 한다.
이번 개편에서는 보수(월급) 외 소득월액 보험료 부과 대상을 확대, 보수 외 소득에 대해 2%의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를 인상한다.
그동안 직장가입자는 연간 보수 외 소득이 34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보험료를 부과해 모든 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납부하는 지역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보수 외 임대, 이자·배당, 사업소득 등이 연간 2000만 원을 넘는 2%의 직장가입자가 보험료를 더 내도록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다만 1만 원 차이로 기준을 초과해 보험료가 과도하게 부과되지 않도록 2000만 원은 공제하고 2000만 원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만 추가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한다.
보수 외 소득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직장가입자의 약 2%에 해당하는 45만 명은 월별 보험료가 평균 28만 9000원으로 5만 1000원 인상되며, 나머지 98%인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변동은 없다.
과세소득 합산 기준 연 소득이 2000만 원을 넘는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새로 납부하도록 한다.
정부는 부담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한다는 원칙에 맞춰 해외 주요 국가의 피부양률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단계 개편에 이어 소득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이에 연 소득이 2000만 원을 넘는 피부양자 27만 3000명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새로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다만 전환되는 피부양자의 보험료를 2026년 8월까지 일부 경감해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부담을 완화한다.
이렇게 되면 새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기존 피부양자는 월 평균 3만 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며, 연차별로 14만 9000원까지 단계적으로 부담수준이 조정된다.
한편 그동안 인상된 공동주택 공시가격 등을 고려해 피부양자 재산요건은 현행 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당초 국회에서 부과체계 개편안 합의안에 따르면 2단계 개편 때 소득 1000만 원 초과인 피부양자는 재산 과표 3억 6000만 원 초과할 경우 지역가입자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4년간 공시가격이 55.5% 상승하는 등 환경이 바뀌어 2017년 국회에서 합의한 피부양자 인정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보험료부과제도개선위원회 등에서 제기돼 이를 반영했다.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물가 인상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덜어져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보험료가 인상되는 세대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함께 입법예고된다”면서 “앞으로 건강보험료가 보다 소득중심으로 개선돼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오는 7월 27일까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로 제출하면 된다. 개정안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복지부 누리집 ‘입법·행정예고 전자공청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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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랑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