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팔기’ 최광빈, 인제 나이트 레이스 우승…“눈물 꾹 참았다”


최광빈(원 레이싱)이 드디어 포효했다. ‘칠전팔기’ 끝에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인제 나이트 레이스’로 열린 2024 오네(O-NE)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6라운드가 24일 인제 스피디움(3.908km)에서 썸머 시즌(SUMMER SEASON) 마지막을 장식했다.

최광빈은 올 시즌 불운에 울었다. 군전역 후 오랜만에 슈퍼 6000 클래스에 복귀한 그는 예선에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결승에서 차량 컨택, 엔진 블로우(고장) 등 여러 사고에 자주 휘말렸다. 특히 지난 4라운드에는 폴 포지션(1열 맨 앞 그리드)을 잡고도 타이어 전략 미스로 우승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이를 두고 최광빈은 “6시간의 행복”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아쉬움을 표했다. 그리고 6라운드를 앞두고 머신의 심장인 엔진을 새것으로 교체하며 반등을 꿈꿨다.

이 덕인지 최광빈은 예선부터 기록지 상단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첫 번째 예선에서 유일하게 1분36초대(1분36초346) 기록을 뽑아냈다. 그리고 이같은 페이스는 두 번째 예선에도 이어졌다. 단 한 랩 주행으로 1분36초438 기록을 뽑아내고 곧바로 피트인했다. 하지만, 예선 종료까지 3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이정우에게 0.1초 차로 폴 포지션을 뺏겼다.

결승 출발과 동시에 최광빈의 순위가 떨어졌다. 정의철(서한 GP)과 김동은(오네 레이싱)에게 연달아 자리를 내주면서 4위까지 떨어져 지난 라운드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듯했다. 이에 대해 최광빈은 “제 스타트가 빠르지 않았다. 스타트와 동시에 제 눈앞에 선두권 차량 세 대가 대열을 형성하더라. 하지만, 사고만 나지 않고 첫 랩을 끝낸 것이 만족스러웠다. 이후 페이스는 자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의 승부처는 4랩이었다. 선두로 달리고 있던 이정우의 머신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2~4위(정의철, 최광빈, 김동은)와 선두와의 간격이 급격하게 좁혀졌다. 이 과정에서 정의철과 김동은의 머신끼리 컨택이 발생했고, 이를 잘 피한 최광빈이 선두로 치고 나왔다. 이렇게 행운의 여신이 최광빈에게 찾아왔다. 이정우와 정의철은 사고 여파로 리타이어하면서 경쟁자 두 명이 이탈했다.

이후 최광빈은 더욱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7랩에서 1분38초669의 기록으로 드라이버 포인트 1점을 추가 획득할 수 있는 ‘CJ대한통운 패스티스트 랩 어워드(Fastest Lap Awards)’까지 챙겼다. 이후 김동은이 최광빈과 거리를 좁히는듯 했으나 순위 변동 없이 최광빈이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경기 후 최광빈은 “눈물을 꾹 참았다. 올해 ‘왜 이렇게 운이 따라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제가 2020년에 슈퍼 6000 클래스에 데뷔했다. 정말 힘들게 올라온 프로 클래스였는데, 당시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무관중 레이스를 했다. 그리고 군 전역 후 약 2년 만에 복귀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우승을 위해) 준비했던 기간이 지난 라운드들에 2년까지 더해져서 부담감이 정말 컸다”고 소감을 전했다.

GT 클래스에서는 정경훈(비트알앤디)이 7연패 8부 능선을 넘었다. 2그리드에서 출발한 정경훈은 스타트부터 폴 포지션을 잡은 문세은(BMP퍼포먼스)을 압박하면서 선두 자리를 꿰찼다. 정회원(이고 레이싱), 이동호(이레인모터스포트), 문세은이 2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사이에 정경훈은 더 멀리 달아났고, 문제없이 시즌 3승을 신고하며 드라이버 챔피언십 선두(110포인트)를 더욱 굳건히 했다. 이로써 2위 정회원와의 포인트 차이를 43점으로 벌렸다.

한편, 이날 총 1만 3623명의 관람객이 슈퍼레이스가 열리는 인제 스피디움에 방문했다.

아래는 기자회견(슈퍼 6000, GT 클래스) 내용 전문

[슈퍼 6000 인터뷰 – 1위 최광빈(원 레이싱), 2위 김동은(오네 레이싱), 3위 장현진(서한 GP)]

2024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6라운드 인제 나이트 레이스 포디엄에 오른 2위 김동은(왼쪽부터, 오네 레이싱), 1위 최광빈(원 레이싱), 3위 장현진(서한 GP).
Q. 소감은?

최광빈(이하 최): 두 번째 정상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원 레이싱 대표, 감독님, 팀원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또한, 좋은 타이어를 개발해주신 넥센타이어 모터스포츠 팀원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이번 라운드부터 후원해주신 에스오일 세븐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앞선 레이스들에서 마음이 아팠지만, 모두가 믿고 기다려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김동은(이하 김): 오랜만에 인사드린다. 올 시즌 마지막 나이트 레이스에서 2위를 차지하게 되어 기쁘다. 저를 2위로 이끌어 주신 스폰서분들, 팀원들, 감독님, 엔지니어, 미케닉, 사무국까지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오랜만에 포디엄에 올랐는데, 나이트 레이스에서 승률이 50% 이상이었음에도 앞선 나이트 레이스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이번 성적이 더욱 기쁘다.

장현진(이하 장) : 영 드라이버 최광빈 선수의 ‘밤의 황제’ 등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김동은 선수도 포디엄에 올라 정말 축하드린다. 저도 포디엄을 목표로 했지만, 욕심을 내지 않았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 버티게 해준 넥센타이어와 서한 GP 팀원들에게 감사드린다. 6연승을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정의철 선수가 리타이어해서 아쉽다.

Q. (TO 최광빈) 스타트 상황 설명과 함께 스타트 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임했는지?

최: 아직 레이스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제 스타트가 빠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타트와 동시에 선두권 앞 차량 세 대가 대열을 형성하는 것을 봤다. 사고만 나지 않고 첫 랩이 끝났을 때 만족스러웠다. 그 이후로는 페이스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대열에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운이 좋았다.

Q. (TO 장현진) 이번 라운드 결과로, 다시 핸디캡 웨이트가 100KG이 된다. 다음 라운드 목표 및 전략은?

장: 인제는 해볼 만한데, 영암은 어렵다. 인제보다는 영암과 용인에서 자신이 있다. 그곳에서 승부수를 던지려고 했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약간 차량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어 단수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다.

Q. (TO 김동은) 2019년 4라운드 이후 19경기 만에 포디엄에 올랐다. 누가 가장 생각나는가?

김: 감독님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감독님도 처음으로 오늘 호흡을 맞추셨는데, 마음고생이 많으셨을거다. 지난 경기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저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주셨다. 이번 경기 결승 직전에 제가 요청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저를 믿어주셨다.

Q. (TO 김동은) 혼돈의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자면?

김: 이정우 선수가 1위로 잘 가고 있었는데, 차량 트러블로 속도가 갑자기 저하됐다. 이로 인해 9번 코너 직전에서 세 대의 차가 함께 쓰리 와이드로 들어갔다. 왼쪽에 있던 정의철 선수, 이정우 선수, 오른쪽에 있던 제가 서로 부딪힌 것 같다. 아무래도 불빛이 적다보니 거리감이 없어진다. 다행스럽게 저는 다행히 레이스에 복귀를 했고, 최광빈 선수는 이를 잘 지나갔다.

Q. (TO 최광빈) 지난 라운드는 폴 포지션을 잡았지만, 결승 출발과 함께 선두를 내줬다. 이번 라운드는 어떤 심정으로?

최 : 제가 지난 4라운드를 ‘6시간의 행복’이라고 표현한다. 폴 포지션도 오랜만에 잡았고, 우승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그런데 스타트와 동시에 그 행복함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예선 후 결승까지 6시간 동안 레이스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Q. (TO 장현진) 오한솔 선수가 압박할 때 한 차례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 그 상황에 대한 설명과, 어떻게 대처했나?

장: (오)한솔 선수가 저를 절대 추월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웃음). 사실 저는 차량 문제가 있어 순위보다는 페이스를 늦추고 있었다. 그 사이 오한솔 선수가 금방 따라오더라. 오한솔 선수의 움직임을 잘 읽어서 끝까지 막아냈다. 오한솔 선수 뒤에 김중군 선수가 있더라. 김중군 선수가 오한솔 선수를 추월했으면 하는 내심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웃음).

Q. (TO 장현진) 서한의 연승이 저지됐다. 기대가 컸을 텐데?

장: 연승이 깨져서 아쉽다. 이번에는 정의철 선수가 ‘밤의 황제’가 됐으면 했다. 레이스 과정에서 컨택으로 인해 리타이어한 것이 아쉽다. 연승이 깨져서 아쉽지만, 내심 깨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했다. 오네 레이싱과 원 레이싱의 페이스가 좋았다. 욕심을 내기보다는 노련함을 발휘하고자 했다. 레이스는 항상 제 뜻대로 되지 않는다. 다음 영암에서 다시 우승을 가져오도록 노력하겠다.

Q. (TO ALL) 오늘 내가 제일 잘한 것은?

장: 힘들었지만 블로킹을 잘했다. TV 중계에 제가 많이 잡혔다고 하는데 출연료도 요청해야 할 것 같다(웃음).

최: 올해 묵묵히 굳건하게 레이스를 펼쳐온 것이 제 자신에게 보람찼다. 오늘 레이스에서는 스타트에서의 실수가 이 자리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 저희 팀원들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잘 조율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스타트를 잘해서 장현진 선수를 넘었기 때문에, 최광빈 선수를 넘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왔다. 이정우 선수는 안타깝지만, 그 사고로 인해 정의철 선수를 넘어서 2위로 갈 수 있었다.

[GT 클래스 – 1위 정경훈(비트알앤디), 2위 문세은(BMP퍼포먼스), 3위 이동호(이레인모터스포트)]

인제 스피디움의 헤어핀 구간을 빠져나가고 있는 슈퍼 6000 클래스 머신.
Q. 소감은?

정경훈(이하 정) : 이번 나이트 레이스에서 웨이트가 있어서 우승까지는 바라지 않았는데, 이렇게 우승을 하게 되어 다른 때보다 더 기쁜 것 같다.

문세은(이하 문) : 2등을 하게 되어 기쁘다. 팀원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리고, 동호 형에게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이동호(이하 이) : 예선 때부터 차량에 문제가 있었는데, 결승에서 문세은 선수와 정경훈 선수를 잡자고 생각했는데 물거품이 되어 아쉽다.

Q. (TO 문세은) 스타트 때 무슨 이유가 있었나?

문: 스타트 때 실수가 있었다. 정경훈 선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코너 진입 시 언더스티어가 발생해 탈출 속도가 늦어졌다.

Q. (TO 정경훈) 후반에 페이스 조절을 했나? 문세은 선수가 격차를 좁혀왔을 때 그 격차를 유지했는데, 후반 레이스 상황 설명은?

정: 스타트하기 전에 문세은 선수를 넘어가면 문세은, 이동호, 정회원 선수가 같은 차종(아반떼N)이라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타트하고 1번 코너에서 문세은 선수가 실수를 하는 틈을 타서 넘어갈 수 있었다. 10랩 정도 갔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2위 선수와의 격차를 유지하면서 타이어 관리에 집중했다. 문세은 선수가 따라오자 저도 어쩔 수 없이 타이어를 사용하며 문세은 선수와 비슷한 기록으로 달렸다. 웨이트가 있어서 타이어 손상이 걱정되어 다시 페이스를 낮췄습니다.

Q. (TO 이동호) 경합으로 인해 문세은 선수에게 내준 것 같은데?

이: 문세은 선수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오늘 트러블로 인해 제가 예선을 잘 못 탔다. 결승에서는 정회원 선수를 넘어설 수 있었는데, 계속 따라가는데 집중했다. 그러다 정회원 선수가 트러블로 빠졌고, 이후에는 문세은 선수가 빠른 것을 알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았다. 비상등을 켜고 먼저 가라고 양보해줬다.

Q. (TO 문세은) 추격하다가 중간에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

문: 레이스 중에 2, 3등 경합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부러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회원 선수가 빠지면서 이동호 선수가 하이빔을 켜고 자리를 내주더라. 그때 정경훈 선수를 추격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정경훈 선수가 페이스를 조절하고 계셨더라.

Q. (TO 문세은, 이동호) 점수 차이가 크다. 어떻게 챔피언을 쫓을 건가?

문: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을 못 하도록 만들자는 작전을 이동호 선수와 짰다.

이: 제가 한 번 정경훈 선수를 치고, 다음 라룬드에서는 문세은 선수가 이어서 사고내자고 했다(웃음).

정: 두 분은 포인트 차이가 있으니까 예선 1, 2등을 하실 거다. 저는 예선 5등에서 못을 박고, 뒤에서 지켜보겠다.

Q. (TO 정경훈) 누구에게 제일 고마운가?

정: 지난 라운드부터 정회원 선수가 많이 도와주는 것 같다(웃음). 그 혜택을 제가 다 받는 것 같다. 두 선수에게 미안할 정도다. 지난 라운드에 이어 이번 라운드에도 정회원 선수가 사고를 쳤다. 회원이가 초반에 세 선수 간 경합이 없었더라면 우승이 힘들었을거다. 다음 라운드 때도 정회원 선수가 또 막아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정회원 선수는 앞만 보고 가는 스타일이라, 저를 못 박고 커버를 쳐주지 않을까 한다.

<저작권자 ⓒ 연합국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지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