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최씨 문중이 600여 년 지켜낸 보물...서울역사박물관, `최유련 개국원종공신녹권` 기증 받아

최유련 개국원종공신녹권 보관함과 보물지정서


서울역사박물관은 강릉최씨 대경공(흔봉)파 재경종친회(회장 최은철)로부터 1998년 보물로 지정된 ‘최유련 개국원종공신녹권(崔有漣 開國原從功臣錄券)’을 기증받았다. 이번 기증은 서울역사박물관 소장품의 가치를 높이고 시민에게 조선 건국과 서울의 역사를 소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신녹권(功臣錄券)은 공신에게 수여했던 상훈 문서로 공을 세운 신하의 공적과 포상내용을 기재하여 그 특권을 증명하는 문서이다. 조선은 1392년 8월에 공신도감(功臣都監)을 설치하고 왕조 창업에 공을 세운 이들을 개국공신(開國功臣)과 개국원종공신(開國原從功臣)으로 선정했다. 고려 공민왕 때 문하시중평장사(門下侍中平章事)를 지낸 최유련은 태조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하여 조선왕조를 창업한 공으로 1395년 개국원종공신에 봉해져 공신녹권을 받았다.


강릉최씨 문중에서는 예로부터 공신녹권이 전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 실체를 찾지 못하다가 1990년대 들어서야 경기도 여주에 거주하는 종인(宗人) 최덕중(崔德重)씨의 자택에서 보관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최덕중씨의 선조들은 전란(戰亂)과 화마(火魔) 속에서도 공신녹권을 지켜냈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피난 전 공신녹권을 항아리에 넣어 마당에 묻어두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600여년 넘도록 공신녹권이 온전한 모습으로 전해질 수 있었다.


최유련 개국원종공신녹권에는 받는 사람의 성명과 신분, 7회에 걸친 공신들의 공적과 포상지시 및 처리 내용, 녹권을 받은 105명의 공신 명단과 포상 내역, 녹권 발급에 관여한 담당 관원의 직함과 성명 및 서명 등이 모두 208항에 걸쳐 기록되어 있다.


최유련은 공신으로 봉해지면서 부상으로 토지 30결(結)과 노비(奴婢) 3구(口)를 하사받았다. 그리고 부모와 처에게는 작위를 주었고(封爵), 자손에게는 과거를 보지 않고도 벼슬길에 오르도록 했고(蔭職), 후손에게는 사면(赦免)의 특전을 준다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공신녹권의 끝부분에는 공신도감, 이조 등 녹권을 발급하는데 관련된 관원 17명의 직위와 이름이 적혀 있고 이 중 16명의 이름 밑에 서명이 있다. 크기는 세로 31㎝ 가로 635㎝이며, 닥종이 9장을 붙여 제작했다.


최유련 개국원종공신녹권은 원문의 훼손이 거의 없이 양호한 편이며 희귀한 조선 개국 관련 자료로 가치를 인정받아 1998년 보물 제1282호로 지정됐다.


이번 기증은 소장자의 협조와 박물관의 사전 준비를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된 ‘기획 기증 사업’의 성과 중 하나이다.


강릉최씨 종친회는 공신녹권의 관리와 보존에 대해 서울역사박물관과 여러 방안을 검토했다. 강릉최씨 종친회는 서울역사박물관의 유물의 관리와 보존 환경을 확인하기 위해 수장고와 전시실을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신뢰를 쌓은 결과 최종 기증을 결정하고 논의를 거쳐 지난 2월 28일 인수인계식을 가졌다.


강릉최씨 대경공(흔봉)파 재경종친회 최은철(崔銀澈) 회장은 “선조께서 남겨주신 소중한 문화유산을 종친회에 보관할 것이 아니라 널리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 도난이나 유물이 손상될까 노심초사했었는데 이제 안심이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역사박물관 김용석 관장은 “600여 년을 지켜온 귀중한 문화재를 서울시민에게 주신 강릉최씨 문중 여러분의 큰 결심에 감사드린다”며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살려 기증유물을 시민들이 널리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일반 시민 및 관련 연구자 등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공신녹권 고화질 사진 파일을 누리집에 게시하고 있다. 또한 유물 상태 확인, 보존처리 등을 거처 3월 중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기증받은 유물의 보존과 전시 등 활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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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