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대, 세상을 바꿀 혁신 인재를 키운다… 2025년 제1차 ‘이슈&보이스’ 포럼 개최
도전·혁신 공학인재 양성 정책 제시 및 연구중심 대학의 역할 논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이하 서울공대)은 지난 6월 17일 관악캠퍼스 303동 해동첨단공학관에서 ‘이슈&보이스(Issue & Voice)’ 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도전·혁신 공학인재 양성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공학인재 양성 정책을 제시하고, 연구중심 대학으로서 서울공대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은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장의 발제로 시작됐으며, 이어서 이광복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가 좌장을 맡아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박주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송재준 컴투스 GCIO 겸 크릿벤처스 대표이사, 신현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객원교수(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안상일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기술경영경제학회 차기 회장)가 패널로 참석해 다방면의 의견을 제시했다.
발제를 맡은 김영오 학장은 대한민국의 산업과 이공계 대학의 위기를 진단하며, 이에 대해 서울공대가 마련한 주요 대책을 소개했다. 먼저 서울공대가 추구하는 수월·융합·창의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으로 ‘세상을 바꿀 공학 혁신 인재 EXCEL (Education for X-Caliber Engineering Leaders)’ 프로젝트, 대학원 무전공 도입, 산업AI센터 설립 등을 제안했다. 김 학장은 “EXCEL 프로젝트를 통해 학부생 중 매년 40명의 초우수 인재를 획기적인 방법으로 선발해 3년간 지원할 예정”이라며 “이들은 매년 2000만원의 장학금, 1000만원의 연구비 지원과 지도교수의 밀착 지도를 통해 20대 초반부터 세상에 없는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기술 생태계의 문을 두드릴 인재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3년 이상의 기업 근무 경력을 갖춘 학사 학위자가 입학하는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에 무전공 개념인 ‘학생설계전공’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김 학장은 “전공지식, 즉 Domain Knowledge를 지닌 학생들이 대학원에서 자기주도형 융합과정을 만들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 전공으로 학사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자동차 기업에서 3년간 경력을 쌓은 후 공학전문대학원에서 인공지능(AI)을 접목해 해당 과정을 밟으면 ‘AI 자율주행 학생설계전공’의 공학석사 전문학위를 취득하는 개념이다.
이어 김 학장은 전체 산업 대비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 최고인 대한민국이 AI를 통한 산업 대전환에서만큼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30%가 안 되는 기업의 AI 활용률을 앞으로 5년 내에 70%로 높이겠다는 정부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서울공대도 ‘산업AI센터’를 설립 중”이라고 밝히며 “소위 ‘버티컬 AI (Vertical AI)’는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적고 산업별 맞춤형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역설적으로 향후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매우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학장은 발제를 마무리하며 새 정부를 향한 제언으로, 국가 주도의 ‘AI혁신연구원’ 설립을 통해 신진 박사 200명에게 5억원 이상의 연봉과 주택을 제공하는 아이디어와 함께 이공계 신입생의 1%에 해당하는 1000명의 초우수 인재를 매년 선발해 지원하는 ‘한국형 천인계획’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서울대학교 10개 만들기’가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와 같은 세계적 대학 10개 만들기가 되도록 서울공대가 그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의 좌장을 맡은 이광복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는 승자 독식의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에 맞춰 새 정부가 추진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더해 특성화를 통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10개 육성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교수 채용·학생 선발·교육 방식의 혁신은 물론, 파격적인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고를 지향하는 수월성 확보와 그 토대를 다지는 보편적 지원은 상호 보완적이므로 수월성과 보편성 간 조화를 이끌어내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주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인구절벽, 경제력 등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소수 인재의 양성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서 인재 양성의 목표, 대상 역량, 추진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문제를 정의하고, AI를 적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AI 코어(AI Core) 외에 어떤 기초과학 교육이나 역량개발이 필요한지, 또한 데이터나 인프라, 산학협력 등 어떠한 지원이 필수적인지에 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고 예를 들었다. 아울러 우수 인재가 국내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단기적 인센티브, 지속가능한 연구 생태계의 바람직한 형태에 대한 중장기적인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재준 컴투스 GCIO 겸 크릿벤처스 대표이사는 우수 인재를 이공계로 유치하려면 기술 기반 창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인터넷, 게임, IT 창업 붐이 일던 2000년대와 비교해 현재 스타트업 시장의 공학 인재풀이 부족하기 때문에 창업기업이 우수 공학 인재를 유인할 수 있도록 산업기능요원 등 공학도의 병역 특례 혜택을 지금보다 더 과감하게 늘려나갈 것을 제안했다. 또한 대학에서도 딥테크 개발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성공한 창업자들이 공대에 기부할 수 있도록 사회적·세무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 개선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현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객원교수(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세상을 바꿀 공학혁신 인재’를 키우겠다는 서울공대의 목표에 공감하며, 국가적으로 공학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먼저 심각한 의대 쏠림 현상의 해소, 우수 공학 인재 유인을 위한 대학의 파격적 지원, 국가 주도의 지속적 인센티브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공대 출신 인재의 성공 사례와 산업 발전 기여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미래의 국부(國富)를 위해 공학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 즉 기업의 비전·전략·사업·R&D·생산기술을 깊이 이해하는 공학도를 배출하려면 공대 차원에서 산학협력 프로젝트, 기업 경력자의 대학원 재교육, 기업 임원의 강연 및 간담회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으며, 한화그룹의 인재상도 소개했다.
안상일 알토스벤처스 파트너는 서울대 창업 동아리 출신으로서 공학 인재들의 창업 활성화 방안을 제언했다. 창업 초기 단계의 팀 구성과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대학의 공간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후화된 캠퍼스 건물을 리모델링하기보다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개방된 ‘창업 플레이그라운드’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안 파트너는 “제약 없는 공간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야 진정한 창업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초기 창업 단계에서는 별다른 예산이 들지 않고, 학생 주도의 자발적 공간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플레이그라운드가 창업 활성화에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안 파트너는 전국적으로도 이 같은 공간이 드물다는 점을 언급하며, 서울대가 앞장서 독보적인 창업 문화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기술경영경제학회 차기 회장)는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수년째 고착화된 반면, 미국은 지난 10년간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했다”며 산업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를 방문한 경험을 언급하며, 법학 전공자들이 기술 스타트업 CEO로 활약하는 생생한 현장을 통해 창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서도 학생 창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담대한 계획 실행과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수도권 대학이나 국립대에 적용되는 규제가 우수 인재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마지막으로 서울대의 글로벌화, 외국인 학부생 유치 확대, 상향 평준화를 통한 ‘서울대학교 10개 만들기’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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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다른기사보기